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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Vol.4  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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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Visiting Scholarship in UC San Diego Neuroscience Department -2


계명의대 동산병원 유수연

4편: 조급증은 한국인의 불치병

“빨리빨리”의 민족인 한국인이 “의사”까지 하게 된다면, 그 사람이 지니게 되는 조급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해지기 마련이다. 이미 집과 차가 마련되어 있기에 서두를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급증의 화신인 나는 “UCSD 출근 문제”에 대해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병원 및 연구실에 나가야 하는 거지?”, “UCSD에서 SSN(Social security number)를 받으라고 하는데 이건 언제 되는 거지?”, “입국신고를 하면 모든 게 다 끝나는 게 아니었나?” 등등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당면과제 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그러나, 사실 이렇게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었다. 미국은 서두르는 나라도 아니고(캘리포니아가 유독 그런 지역일지도 모르지만…), 당시는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한 방역이 애매하게 남아 있던 시기라서 모든 일이 더욱 느리게 진행되는 시기였다. 그냥 UCSD에서 시키는 대로 천천히 기다렸다가 미국의 동사무소(와 동치가 되는 곳인지는 모르겠으나)인 Social security office에 전화를 걸어 SSN 받으러 가기 위한 예약을 잡고, 드라이브 하는 기분으로 이 동네 저 동네 풍경 구경하며, 사무소에 방문하여 필요 서류를 내밀고 SSN을 받으면 되는 문제였다.

물론 미국답게 저 예약 전화도 정말 연결이 안 되어 답답하긴 하지만, 여유를 갖고 전화하다 보면, 결국 콜백 약속을 해주며 어느 순간 전화를 받고 되도 않는 영어로 약속 시간을 잡으면 되었다.


그림. 그 이름도 찬란한 ‘Social Security Number Card’ (출처-https://www.strac.io/blog/scary-fact-about-ssn-social-security-number). 이름은 멋지고 생긴 것도 근사하지만 종이 재질이라서,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에 익숙한 한국인은 다시 한 번 당황하게 된다. 어쨌든 매우 소중한 것이라 잘 보관해야 함. 받는 순간 미국에 소속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없는 나는 비자 기간 끝나는 순간 불체자가 될 뿐이지만…

근데 이 과정이 한국인인 나에게는 어찌나 조마조마하게 느껴지던지 ㅋㅋㅋㅋㅋ… SSN을 제 때 못 받고 추방당할 거란 망상이라도 올라왔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당시엔 나름 안달복달하며 지냈던 것 같다. 혹시라도 나처럼 UCSD로 연수를 가시는 분이 있다면, 절대 조급해 하지 마시고 미국 입국 후의 여유 시간을 즐기시길 바란다. 한 편으로는, 후향적으로 볼 때는 다 별 것 아니지만, 전향적으로 진행될 때는 한치 앞을 모르다보니 불안한 게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그런 불안도 외국 생활의 묘미라고 생각하면 또 나름 재미있는 추억이 되는 것 같다.

사실 이 SSN 받기 전에 또 하나의 바보 같은 이벤트가 있었으니…

차를 받고 신난 기분에 샌디에이고 시내에 놀러 나갔는데, 길가에 차 세울 곳이 많은 주택가(규칙 상 길가의 돌이 ‘흰색’으로 칠해져 있는 곳은 무료로 평행주차가 가능, 초록색은 일정 시간 가능하고, 빨간 색 앞에 세우면 차와 이별을 당하게 된다)와 달리 번화가는 주차가 쉽지 않은 편이라서 적절하게 차를 세울 곳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몇 달 살고 나서는 나름 주차 노하우가 생기긴 했지만, 입국 초기에는 그런 센스가 없기에 결국 금융치료를 당하고 말았다.


그림. 샌디에이고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킹 미터. 차라리 이런 기계 앞에 세우고 돈을 내는 것이 가장 깔끔하긴 하다.

시내에서도 식당이 많은 ‘리틀 이탈리’에 가서 호기롭게 스트릿 파킹을 한 후에, 식사를 하고 돌아왔더니 내 차 앞유리에 벌금 20달러를 내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다. 틀림없이 주차 티켓도 구매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했더니, 나의 무식함이 부른 재앙이었다. 왜 내가 벌금을 낸 것이지??? 하면서 한참 딱지 내용을 들여다 보니, 내가 티켓을 구매하고 ‘Display’를 안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림. 시내에 있는 다양한 주차 간판 중에서도 요놈이 있으면, 티켓을 구매한 후에 반드시 앞유리 쪽에 보이도록 ‘Display’를 해놔야만 한다. 주차의 3요소는 ‘주차, 구매, 디스플레이(왼손이 산 티켓을 오른손… 아니 주차 담당자가 보게 하라)’… 아래에 표시된 시간은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 사이에 체크하러 온 다는 것이므로, 저녁 6시 이후에는 사실 상 공짜 주차 가능함.

이미 주차에 대해 돈은 돈 대로 다 낸 상태였기 때문에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지만, 이미 내 차에 벌금 딱지를 붙여 놓은 경관(?)은 어디 갔는지 찾을 수도 없고, 딱지에 쓰여진 번호로 전화하니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알고 보니 당시에는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한 단축 근무로 오후 2시 이후에는 통화도 되지 않았던 것…(아마도 내가 2시 이후에 주차 실수를 했다면, 다들 퇴근한 상태라 벌금 부과할 사람도 없었을 듯--;)

어쨌든 벌금을 내기엔 억울했기에 여기저기 알아본 후, 시청에 방문하여 내 사정을 소명하면 벌금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입국 후 불과 3일 만에 샌디에이고 시청에 방문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시청 주차는 힘들었고, 담당자를 만나기 위한 줄서기는 길었으며, 벌금 취소 신청을 위한 몸부림은(읍소 글을 써서 내야하는) 힘들었지만, 다행히 벌금은 취소 되었다.


5편: 두근두근 캘리포니아 운전면허 시험!

미국은 주마다 법이 너무도 달라서, 일부 주에서는 한국에서 가져간 국제 면허증(+증빙용 한국면허증)이 있으면 바로 미국 운전면허증을 내주기도 한다는데, 안타깝게도 아름답고 살기 좋은 캘리포니아에는 그런 융통성 넘치는 제도가 없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면허증 없이 국제면허증만 가지고 다니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경관이 무면허 운전자로 여기기 때문에 반드시 면허증을 따야한다는 압박감이 올라오게 된다.

필기는 한국어 버전도 있고,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기에 그닥 큰 부담이 아니었고, 역시나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다(의사들이야 의대 시절에 필기 시험에 너무 단련되어서 더욱 쉬울지도). 필기에 합격하고 나니 이제는 실기에 대한 불안감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솔직히 주위에서 실기 시험에 불합격했다는 얘기를 몇 번 들은 데다가(3회 떨어지면 필기부터 다시 봐야함--;), 내가 시험 보려고 하던 클레어몬트(Clairmont) DMV가 워낙 합격률이 낮다는 소문이 있어서 좀 걱정이 많았다(오죽하면 멕시코 국경 근처 DMV로 가서 시험보라는 팁(?)이 암암리에 한국인들 사이에서 돌았음).

게다가 그 DMV에 있는 ‘Mr. Choo’라는 시험관(흰 가운을 입고 나타난다는, 굉장히 Toxic한 시험관)한테 걸리면 불합격 확률이 급상승한다고 들었는데, 그 시험관이 유독 아시안 여성에게 점수를 박하게 주고 시험 중에도 엄하고 불친절한 모습을 보인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 사람도 동양인(남성이긴 하지만)인데, 동양인 여성에게 유독 박하다니 좀 이상하긴 했지만, 여기저기 물어보니 미국에서는 아시안 여성 운전자에 대한 인상이 상당히 안 좋은 편이라고 하긴 하더라고…


그림. Asian Woman Driver meme을 검색하면 수많은 이미지가 뜨는데,
다 이와 비슷한 내용들이다ㅋㅋㅋㅋㅋ.

또한, 캘리포니아 운전면허 시험에서의 가장 큰 난관은 한국식 운전습관이라서 한국에서 택시운전 등을 하다 오신, 우리 기준에 베테랑 운전자들의 불합격 확률이 더 높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머리를 비우고 몸에 미국식 운전방법을 때려 넣었다(한국에서 운전을 많이 안했던 점이 오히려 호재?!?).

앞을 언제 보나 싶을 정도로 좌우를 어깨 너머로 살피기, STOP 표지판만 보면 죽어라 멈추기, 규정속도 맞추기 위한 ‘발 컨트롤(페달을 아주 세심하게 밟는)’ 연습까지…
시험 보는 상황에 대한, 특히 가혹한 시험관을 만나서 구박을 당해도 당황하지 않는 담력을 기르기 위한 뇌내 시뮬레이션(망상)을 하고, 가장 자주 간다는 시험코스에서 주행연습도 열심히 했다.
그리고 가급적 무섭다는 그 분(흰 비닐가운을 입고 있기에 100미터 밖에서도 알 수 있다는 그 시험관ㅋㅋㅋ)이 안 걸리길 바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차도 청소하고 시험관님께 올릴 인사와 미소 연습도 한 후에 시험장 진입하였다.

그러나...
원래 세상일은 내 뜻대로 안 되는 법.
시험보는 라인에 대기하고 있는데 홀연히 내 앞으로 다가오는 흰 가운... 오자마자 차를 좀 더 앞으로 세워놓으라 지적 해주셔서 그 은혜로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옆을 둘러보니 다른 일로 대기 중인 운전자가 나보고 '불쌍한 놈'이라고 추측되는 표정을 지어 보여서 기분이 좀 더 꽁기해졌다.
어쨌든 그 분이 걸렸다 생각하니 오히려 번뇌가 사라지며 1차 해탈... 한 번 더 보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부처님 미소를 짓게 되었다.


그림. 나도 모르게 먼 이국 땅에서 얻게 된 마음의 평화와 해탈.

하여간 그 시험관이 오더니 다시 내게 자기 소개하고 내 차의 상태를 두루 살핌. 그가 타길래 모르고 시동 걸었다가 사료봉지 찢어 먹은 멍멍이마냥 가만히 있으라고 지적도 당했다.
결국 조수석에 비닐도 까시고 위생을 낭낭히 챙긴 후 착석하신 그 분께서 '이제 가도 좋다' 하시매 호기롭게 시속 5마일로 출발했는데, 갑자기 내가 단 한 번도 안 가본 코스로 가라고 지시를 내렸다(보통 입구에서 왼쪽으로 꺾는 코스를 주로 가는데, 나는 오른쪽으로...). 여기서 2차 해탈...
근데 오히려 모든 게 예상과 다르니 마음이 너무나 편해지며 그냥 그 분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게 되었다.
가라면 가고, 방향 틀라면 틀고, 차선 바꾸라면 바꾸고...

그 와중에 시험관이 자긴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한다며(Covid phobia가 심한 분인 것으로 추측) 창문 네 개 다 열어 놓으라해서 온 차 안이 쉭쉭~거리는 바람 소리로 가득 채워진 덕분에, 시험관님의 목소리에 집중하기가 약간 힘들었지만... 신선한 공기 덕인지 차아일체(車我一體) 상태로 계속 전진할 수 있었다.

시험 항목 중 하나로 ‘길가에 평행주차+후진하기’가 있는데, 의외로 떨어지기 쉬운 함정 항목에 속하는데, 역시나 나에게도 함정이 발동되었다.
적당히 한산한 길에 접어들면 시험관이 ‘여기쯤에 차 좀 세워봐(Pull over)~’라고 얘기하며 주차를 잠시 시키는데, 보통 주차 후에 약간의 시간을 두고 후진을 시키므로 기어 바꾸고 풋브레이크 다 밟고 대기하는 게 족보이다. 근데 이 시험관님께서 한 번에 이어서 지시하는 바람에 불합격의 회오리에 휘말릴 뻔했다(제대로 주차 안했으면 바로 ‘Critical error’ 항목에 체크 당했을 듯). 그러나 나는 ㄷ족보대로 다 시행하였고, 스스로 굉장히 뿌듯했다. 완벽 주차 완료 후, 시험관의 시험에 들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쁨의 미소를 지으며 폭풍 후진을 했는데 넘 느리게 가니 시험관이 언제까지 이 속도로 갈 거냐고 비난(막상 또 빠르게 갔으면 불합격 줬을 거면서…)하긴 했으나 어쨌든 실수는 없이 잘 끝낼 수 있었다.
이후 다시 시속 25-35 마일 코스들을 소달구지 몰고 가는 농부아저씨처럼 탈탈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DMV에 도착하고 나서도 마음을 완전히 비워서 인지(‘이제 집에 가라고 하겠지.’라는 패배적인 생각을 하면서… 불합격은 바로 귀가해야 함.) 시험관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갑자기 내게 주어지는 ‘합격목걸이’!!!

“앞으로 브레이크 좀 더 부드럽게 밟아라, 넌 합격(pass)이야 브로, 32번 창구로 가도록 해!”
(물론 Bro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게는 그렇게 들렸음)라고 이야기하는 시험관님!

난 너무 감동해서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시험관에게 “땡큐!”만 다섯 번쯤 외쳤고, 결국 난 한국의사면허 이후 오래간만에 새로운 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다.


그림. 실기 합격 후 받을 수 있는 임시 면허증. 정식 면허증을 신청하면 2주 정도 후에 캘리포니아의 상징인 ‘불곰(?)’이 그려진 플라스틱 면허증이 우편으로 배달된다.


6편: 실전 영어 공부는 샌디에이고 주민들과 함께!

원어민이라던가, 어린 시절에 미국에서 살아본 사람들이 아닌 이상, 미국 생활의 가장 큰 난관은 뭐니뭐니해도 ‘언어’이다. 내가 중남미 출신이면 ‘스페인어’라도 할 수 있어서 좀 나았겠으나(특히 샌디에고는 거의 제2 언어 수준으로 스페인어를 사용, 내가 전화 상에서 버벅대면 스페인어로 말하겠냐고 물어볼 지경으로…), 나는 안타깝게도 ‘한국어 네이티브’일 뿐.
결국 영어 능력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행하게도 샌디에이고에는 나 같은 외국 출신 학생이나 연수자가 워낙 많아서인지 UCSD에서 제공해주는 영어 대화 프로그램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EIA (English-in-Action conversation program)라는 것이었는데, 1년에 80불만 내면 참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제도였다. 보통 은퇴한 UCSD 교수와 같은 분들을 자원봉사자로 모아서 이 프로그램의 튜터로 투입해주는 식인데, 덕분에 나는 1주일에 1시간씩 현지인 자원봉사자 분과 영어로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림. 1년 동안 자원봉사자 분과 자주 만났던 만남의 장소. 엄청 예쁘고 분위기 좋은 곳이었으나 간혹 햇살이 너무 강력한 날에 야외 좌석에 앉아 있으면 눈이 멀 것 같긴 하였다.

1주에 1시간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꾸준하게 원어민과의 대화할 기회가 생기니 내 영어 공부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튜터 분은 은퇴한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백발 숏컷 머리가 너무나도 매력적었던 60대 중반의할머니셨는데, 몇 주 만났더니 내적 친밀감이 생겨서 이런저런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선생님 출신이셔서 그런지, 정말 인내심을 가지고 내 부족한 영어 문장들을 들어주시고틀린 부분은 고쳐주시기도 했고, 미국인이 많이 쓰는 관용어구가 담긴 책도 빌려주시고,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편지 쓰는 법도 알려주시는 등등, 이 어버버한 극동아시아인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시기도 했다.
이 분에게 내가 만난 운전면허 감독관 ‘Mr. Choo’ 얘기도 해드리니 엄청 웃겨하며 여기저기 많이 이야기하고 다니시더라ㅋㅋㅋ.

그 분과의 초기 대화 중 기억 나는 몇 가지 내용을 적어보자면, 정치와 치안 관련이 꽤 있었다.
잠깐 물가가 난리 났단 주제(당시에 휘발유 값이 정말 천정부지로 올라서 거의 1갤런에 7달러에 육박했었다)가 나와서 ‘이 사태의 원인이 뭘까?’ 하고 토론을 하게 되었는데, 그 분도 전형적인 캘리포니아 주민이라 그런지 미국이 이 꼴로 망가진 건 트럼프 때문이라고 하셨다. 정말 트럼프를 싫어하시더라고ㅎㅎㅎ.
사실 나야 여기 사는 사람도, 미국시민도 아니니 실제 사는 사람들 평가에 뭐라할 수 없어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 분이 갑자기 “너희도 트럼프를 알고 있니? 어떻게 생각해?” 라고 물어보셔서 뉴욕에 놀러 가본 적 있는데 그 때 황금색의 트럼프 타워를 본 적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끝냈다. 물론 그 할머니는 그 황금색 건물도 너무 이상하다고 비난ㅋㅋㅋㅋ.

치안 얘기로는 샌디에이고가 워낙 멕시코 국경과 가깝다보니,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멕시코에 방문 가능인데, 그 분께서는 ‘저~~~얼대 국경 근처도 가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자기 아는 사람(친척인가 사촌인가 하는 분이…)도 멕시코 놀러갔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며, 너무너무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백 번 강조!
워낙 갈 생각도 없었지만 그런 얘길 들으니 더 무서워지긴 해서 어지간하면 국경 쪽으로는 가지 않게 되었다. 멕시코 쪽의 치안은 마약 카르텔이 워낙 크게 설쳐대서 어쩔 수가 없는 듯하다는 결론에 이르었다.

그래도 멕시코 음식은 맛있다며 시내의 유명 멕시칸 식당을 알려주시기도 했다ㅋㅋㅋ.
음식은 죄가 없는 법이지… 나도 타코는 엄청 먹고 다녔다.


하여간 이렇게 영어 공부를 해서인지, 실제로 UCSD Health 연구실에 출근하게 되었을 때, 나름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림. 1년 동안 열심히 나갔던 연구동 건물. Altman Clinical and Transitional Research Institute라는 장황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도 풀네임을 말하지 못함ㅋㅋㅋ. 그냥 ACTRI라고 불렀다.

물론 처음에는 워낙 어색해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기 위해 과자를 잔뜩 사서 나눠주며 연구원들에게 말을 시키기 시작했는데, 그들도 처음에는 ‘이 외국인이 왜 자꾸 먹을 걸 주지?’라는 표정으로 떨떠름하게 생각하는 듯했으나, 나중에는 과자도 잘 받아서 먹고 자기들이 먹을 거 사와서 나눠 주기도 하고, 나에게 ‘미국 인기 간식’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해서 맛있는 과자나 젤리들을 많이 접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의 취미이자 특기(?)인 낙서 실력을 발휘하여 그림을 그려주니 연구실 내 직원들이 상당히 좋아하며 나랑 더 얘기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ㅎㅎㅎ.


그림. 참 기쁘게도 연구소 동료들은 내가 직접 그려준 그림들을 참 좋아해줬음. 급기야 다른 팀 연구원들이 그림 그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었다ㅋㅋㅋㅋ.

그리고 여기저기 끼어서 떠드는 내 모습이 PI 교수님의 눈에 신기해 보였는지 새로 시작하는 연구에 투입되었다.
라티노(히스패닉)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파킨슨병 인지 기능 장애에 대한 연구였는데, 나 같은 외국인에게 역시나 영어를 잘 못하는 환자들(스페인어가 제1언어인 분들)을 상대하는 연구를 배정한 깊은 뜻이 무엇이었는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연구에 끼었으니 또 나름 담당 코디네이터 청년(이 사람도 대학 졸업하자마자 첫 직장이라 불과 23세였고 연구 돌아가는 상황을 잘 모르는ㅋㅋㅋ)과 과자(…)를 나누어 먹으며 친분도 쌓고 스페인어 인사말도 공부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도 스페인어는 ‘올라~’ 정도 밖에 못하지만…

근데 정말 황당하게도, 연구빌딩(ACTRI)의 공사문제로 2022년 후반기에 연구 공간 사용이 여의치 않을 예정이라, 환자들 집으로 방문하여 연구를 진행하자는 특단 조치가 튀어나왔음.
교수님이 나를 보고 "닥터 유, 환자 집에 방문하는 것 괜찮겠나요?"라고 물어보시는데...

뇌에서는 “저같이 영어도 잘 못하는 외국인이 환자 집까지 찾아가서 진찰하는 게 가능할까요?”
라는 완곡한 거절의 문장이 떠올랐으나, 영어를 못하는 육체가 "댓츠 쏘~ 인터레스팅! 노 프라블럼, 아윌 비짓 페이션츠 홈 위드 아월 코디네이터^^!"라고 제멋대로 대답하더니 엄지까지 척 세워서 긍정의 뜻을 표했다. 그 덕분에 2022년 후반기에는 샌디에이고의 구석구석을 우버 기사처럼 돌아다니며 환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림. 방문 연구로 다져진 영어(…)와 운전 실력으로 늠름해진 내 모습.

코너소개란

본 코너는 학회 업무와 이상운동질환 관련 부분 이외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도움이 될만한 여러 정보와 흥미있는 주제들을 다루고자 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 혹은 준 전문가 분들을 모시고 정보를 제공하고 이와 관련하여 학회 회원분들의 투고도 받고자합니다. KMDS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학회메일 : parkinson@kmd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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